내가 돼지독감이라고?

 ETC

탄남군은 최근 매우 스릴 있는 경험을 했다.

이름하여 "돼지독감 체험!!!"


며칠 전 한국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헬로우? 미스터 킴?"


아리따운 목소리의 아가씨가 서툰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웬 여자? 그것도 영어를?'


탄남군은 주책 없이 살짝 가슴이 설레었다.


"누구세요?"


"아, 저는 보건 관리국의 미스 타오 라고 합니다."


"보건 관리국이요?"


"네, 미스터 킴 어제 한국에서 호치민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셨죠?"


"네, 그런데요?"


"그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 중 신종 플루 환자가 발견되었습니다. 혹시 몸에 이상 없으세요?"


"헉! 그래요? 저는 매우 괜찮습니다만..."


"아,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열이나거나 감기 증상이 있으시면 지금 전화드린 번호로 연락 주세요."


흐음.... 어쨌거나 아리따운 목소리의 여성의 핸드폰 번호를 땄으니 득템인가?


"아, 그런데요, 집 주소가 정확히 기재가 안 돼 있으셔서요... 집 주소좀 저한테 문자로 보내주셔요."


아니.... 이 아가씨가 집까지 찾아오려고?

뭐 가볍게 우리 주소를 문자로 찍어 보내고, 한 5분이나 지났으려나?


갑자기 대문을 쾅쾅 두드리는 집 주인 아주머니...


급한 목소리로 마구 떠드는데 내 베트남어 실력으로는 거의 알아듣기 힘들었다. ㅡ,,ㅡ;;


급히 늙은 김씨의 약혼녀 옥찐양에게 에스오에스를 쳐서 집으로 불렀다.


옥찐양의 설명인 즉슨, 탄남군이 보낸 우리집 주소를 경찰에서 수소문해서 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고, 집 주인에게 탄남군이 어디 가지 못하도록 꼼짝 못하게 붙잡아 놓고 있으라 했단다.


이거 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라고 생각을 막 하려는 순간,


두둥...


갑자기 하얀 가운을 입은 두 분의 여성이 대문을 밀고 들어온다.


지역 보건소 의사 선생님과 조수 시란다.


갑자기 체온계를 내밀며 탄남군의 체온을 재느라 호들갑이다.


체온은 35도... 이상하게 낮다. 이것도 별로 좋은 건 아닌 듯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안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선생님의 지도사항.


"일주일동안 집 밖에 나가지 마시고, 사람도 접촉하지 마시고, 일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보건소로 연락하세요!!"


그러면서 마스크 14개와 체온계를 탄남군의 손에 꼬옥 쥐어주신다.


"마스크는 하루에 두개씩 꼭 갈아 착용하시고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체온을 재서 보고하세욧!"


이러고 들어올 때처럼 휘리릭 바람처럼 돌아가신다.


오늘이 3일째니 아직 탄남군은 돼지독감 감염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위험한 인물이다.


그 와중에 참으로 놀라왔던 것은, 베트남의 질병관리 시스템이다.


한국 같으면 그냥 전화 걸어서 어디 병원으로 나와라 말아라 이러고 말았을 것 같은데(뭐 안 겪어봐서 모르지만..) 주소를 확인한 지 30분 안에 보건의가 집에 도착하는 그 스피드와, 오늘까지 매일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밀착 취재정신 등,  사실 탄남군의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시스템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탄남군은 앞으로 4일을 더 위험 인물로 살아가야 한다.


옥찐양은 그 살갑던 태도를 다 던져버리고 탄남군 2미터 반경 안에 접근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라질년...


4일 후에 아직 살아있는 탄남군으로 남아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ㅠ.ㅠ

Hochiminh diary

베트남, 호치민시를 그리워 하는 한 남자의 잡글들

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운영자 2009/06/12 11:04 수정/삭제

    blogmaster입니다. 이 포스트가 동아닷컴 관련기사에 선정되었습니다~☆

  2. RSF 2009/06/12 14:11 수정/삭제

    정말 벳남에 대해 우리는 모르는게 넘 많은 것 같군요

  3. 탄남 君 2009/06/13 05:14 수정/삭제

    네.. 저도 거의 10년 가까이 베트남을 알고 지내지만, 아직 그 속살의 백분의 일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4. PRESIKE 2009/06/12 14:39 수정/삭제

    신고만을 기다리는 우리랑은 좀 다르네요~ 위기감이 달라서일까요?

  5. 탄남 君 2009/06/13 05:15 수정/삭제

    글쎄요... 그것보다는 사회의료체계가 보다 생활속에 깊이 밀착되어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더 있겠지만요.. 더 자세한 것은 다른 고수분께 부탁드립니다..^^

  6. 안티좌파 2009/06/12 14:51 수정/삭제

    베트남은 1970년대 우리 모습이구나 우리도 그당시에는순수해서 저랬을 것이다 그러나 좌파세력이 득실대면서 서구자본주의 세력이 몰려오며 우리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져들었다 베트남도 그렇게 될 것이다

  7. 탄남 君 2009/06/13 05:18 수정/삭제

    도무지 한 문장 안에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너무 많군요. 한국의 70년대에 무슨 이런 사회의료체계가 있었습니까? 순수한 것과 신속한 의료대처가 무슨 상관이 있죠? 좌파세력이 득실대는 것과 서구 자본주의가 몰려드는건 또 무슨 상관이죠? 물질 만능주의는 거기서 또 왜 나오죠? 좌파가 뭔지는 아시나요? 베트남은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좌파 국가인데? 정말 죄송한데..... 이런 멋진 댓글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군요..^^

  8. daeyk 2009/06/18 10:42 수정/삭제

    정말 철저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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