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은 왜 이길 수 밖에 없는가? -3. 이들은 생존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이들은 "우아함"을 위해 싸운다.

 ETC
세번째 이야기 입니다.

이번엔 이쪽 이야기 보다 저쪽 이야기가 좀 많을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의 고민의 출발점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 화를 낼까?" 입니다.

뭐, 출발점은 "광우병 소 수입" 이었겠죠.
그리고 불쌍한 소 자체 보다는 그 수입 협상 과정에서의 "바보같음"과 "국민 무시함" 이었을 거고요.
좀 더 멀리 보면, 2MB 정부 출발부터 계속된 삽질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가열차게 진행될 것 같은 예상 삽질들 때문일 겁니다.

한편으로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옛날 노무현이 대통령 됐을 때 억울하고 인정 못했던 수구세력들의 앙탈하던 심정"을 이해할만 한 "이명박을 인정할 수 없고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울고싶자 뺨맞은"  고마운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겠고요.
(아마 한나라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세력들은 여기에 가장 혐의를 많이 두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래도 이건 좀 과한 대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광우병 소는 국민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고, 그러한 위험요소를 발가락 때 만큼도 고려하지 않는 정부에 분노할 만도 합니다.
학생들을 또다시 공부지옥 입시지옥에 몰아넣는 교육 정책도 학생들을 열받게 할만 하지요.
대운하, 공기업,수도,의료 민영화 등, 참 끔찍한 일들이 널려있습니다.

그런데....
길에 나온 사람들의 표정은 지나치게 밝습니다.
"비장함"을 찾아보기는 참 힘듭니다.
목에 핏줄이 일어서는 외침이 아니고, 그저 "어이, 어이"하는 설렁설렁한 외침들이 그저 외쳐집니다.
예쁜 치마 입고 하이힐 신은 아가씨들과, 때때옷 입힌 아이를 안고 업은 젊은 부부의 모습도 너무나 흔합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혹시, 이건 생존의 문제가 아닌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는 좀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제 생각을 말해보렵니다.

세계 경제가 참 어렵고, 한국 경제 또한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빈부 격차도 점점 커지고, 세계화의 배다른 동생 양극화도 심각하고, 먹고사는 문제가 팍팍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굶어죽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의료보험이 손가락을 쓰레기통에 버릴 정도라지만 미국은 강대국입니다.
이젠 우리나라도 미국, 일본 정도는 아니지만 강한 나라, 부자 나라가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쉽게 가난한 나라의 길로 돌아서는것도 이제는 좀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사회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면 소외되고, 어둡고, 생존을 걸고 싸워야 하는 지점들이 존재하겠지만, 아무튼, 60년대의 보릿고개, 70년대의 청계천 마찌꼬바로 대변되는 절대빈곤의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말이 길어졌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이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지는 않는다" 라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70년대에는 군사쿠테타 세력의 영구집권 음모에 맞선 지식인, 대학생의 투쟁과 전태일로 상징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80년대 초반은 그야말로 "광주"의 시대였습니다.
엄청난 수의 국민의 피를 흘리게 하고 그 피 위에 세워진 정권에 대한 목숨을 건 싸움이었죠.
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경제 성장에 걸맞는 민주화된 사회를 요구하는 투쟁이 주를 이루고, 87년 6월 이후부터는 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사업장 중심의 강력한 노동운동이 전개됩니다.
그 뒤로도 다양한 양태의 투쟁들이 지속되었습니다만, 이 싸움들의 본질은 "민주화"와 "생존권사수"의 두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고 봅니다.(어떤 경우 그 두가지가 합쳐진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지요.)

지금의 양상을 봅시다.
"미국 소 수입 반대"는 엄밀히 말해 "생존권"을 건 싸움이라기 보다는 "국가의 자존과 국민 건강"을 건 "소비자운동"에 가깝습니다.
(물론, 광의로 생존권이 이슈라고 볼 수 도 있겠지만, 그건 좀 지나친 확대해석인 것 같구요.)
민영화나 대운하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영화는 절대악이 아닙니다.
대운하도 닭짓이긴 하지만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을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 댓글이 무서워집니다.)

그럼 왜?
왜 이렇게 질기게 싸울까요?

저는 지금 이사람들은 "박정희의 유령"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7% 성장을 놓고 온 국민이 달려가야 한다는 박정희 식 "하면 된다" 정신과 싸우고 있습니다.
"고속도로도 반대했지만 결국 성공했지 않았냐, 그러니 운하도 반대했지만 성공할 것이다"라는 박정희에 "묻어가기' 정신과 싸우고 있습니다.
썬그라스 끼고 관내 파출소부터 전봇대 뽑는 현장까지 시찰하시는 박정희 "스타일"과 싸우고 있습니다.
나도 잠 안자니까 너희도 잠 안자면 성공한다는 박정희식 "무대뽀 마인드"와 싸우고 있습니다.
행정부를 시스템으로 파악하지 않고 자신이 장악하고 다스려야하는 대상으로 파악하는 박정희식 "내가 왕" 주의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을 자신이 모셔야 할 소비자로 보지 않고, 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박정희식 "독재자 마인드" 와 싸우고 있습니다.

왜?
그게 무서워서?
아닙니다. 그게 "촌스럽고 후져서" 입니다.
전두환이가 항복하고 감옥까지 갔다 온지가 언제인데, 또 다시 새마을 타령을 하고, 잘 살아보세 타령을 하고, 하면 된다 타령을 하니 이러다가 오후 5시 정각에 온 국민이 모두 "얼음" 하고 공중에 울려퍼지는 애국가를 감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벤쯔 타다가 티코 타라면 차라리 걸어다니겠다는게 인지상정입니다.(티코 운전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10년을 지나면서 대통령 씹는게 국민 스포츠라 할 만큼 탈 권위 사회가 되어가는데, 누가 되도 않게 가오를 잡으려고 하고 국민을 가르치려 드니, 이게 참 도저히 두고 보기 힘든겁니다.

한 마디로 이 냥반을 대통령으로 놓고 그 꼴을 보면서 시키는 대로 하려니 "촌스럽고" "후지고" "가오가 상하는" 거지요.

그걸 모르는 2메가 씨와 주변 일부 인사들은 그간 국민들이 받은 민주주의와 탈권위의 훈련량을 얕보고, 시계를 뒤로 돌리자고 하니, 이게 씨가 먹히겠습니까?

군대 훈련소 들어가면 조교가 맨처음 시키는게 앉아, 일어서, 앞으로취침, 뒤로취침, 좌로굴러, 우로굴러 입니다.
이게 군대가 뭔지 모르는 어리버리 장정들을 정신없게 만들어서 바짝 얼게 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느릿느릿, 꺼떡꺼떡 하던 사회에서 침 좀 뱉어봤다는 장정들도 이거 몇 번 정신없게 하면 그때부턴 영락없는 신병 됩니다.

그러나...
군대 가서 짬밥 천끼 가까이 먹고, 팀스피릿, 을지훈련 다 뛰고 제대한 후 동원 마치고, 일반 예비군도 끝나가는 예비군  말년차 한테 짝대기 두개 단 조교가 "앉아, 일어서"를 아무리 크게 외친들,

하겠습니까?

지금 2메가씨가 국민들에게 하는게 딱 그짓입니다.
그러니, 이 사람들은 "분노" 보다는 "짜증"과 "같잖음"을 동력으로 싸우고 있는 겁니다.
이 사람들은 "생존"이 아니라 "지금까지 일궈놨던 우아함"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겁니다.

그러니 싸움이 각박하지 않고 느긋합니다.
짝대기 두개는 절대 예비군을 이길 수 없습니다.
예비군은 그거 다 해봤기 때문에 겁을 안먹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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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제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며칠 더 나가서 구경좀 해보고 또 재미있는 생각이 들면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재미 없는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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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chiminh diary

베트남, 호치민시를 그리워 하는 한 남자의 잡글들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챠크라 2009/06/17 09:30 수정/삭제

    오랜만에 보는 글이라서 반갑군요. 아고라에서 많이 본 글이네요.^^

  2. 탄남 君 2009/06/20 02:36 수정/삭제

    부끄럽지만, 스스로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일년 전 글을 그대로 올렸습니다. 지금의 시국에 대해서는 몇 번이고 글을 쓰려고 했지만, 냉정하게 봐 지지가 않아서 글이 나가지를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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