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거나, 혹은 도둑이거나 - 한밤중 병원 순례기
분류없음한 밤중에 때아닌 응급실 소동을 펼쳤다.
어제는 건전이 충만한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도 50분 가량 걷기 운동을 하고, 저녁 먹은 후에는 상희양과 한시간 가까이 스트레칭을 했다.
앞으로 숙이기를 해도 무릎 조금 아래까지 밖에 손이 내려가지 않는 저주받은 신체구조를 지닌 사람으로서, 거의 죽을만큼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ㅜ.ㅜ
보람으로 가득차 뿌듯한 마음으로 무려 열 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일곱시에 일어나도 아홉시간은 자는거야, 유훗~!!"
그러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고통에 잠을 깨고 말았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1시 30분..ㅠ.ㅠ
눈에 무언가가 들어간 것 같았다.. 눈썹 같은 것..
보통의 경우에 눈물을 흘리면 자연스럽게 눈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알기에, 헛구역질을 하며 눈물을 짜 모아봤지만, 눈꺼풀 저 안쪽에서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한다.
식염수도 없고, 그냥 수돗물을 세면대에 받아 무작정 눈을 뜨고 담그고 있었다.
아팠다..
그러나 나오지 않는다..
뭐, 가만히 두면 그리 심한 고통은 아니지만, 갑갑하고 신경이 쓰여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선택은 두 가지.
집 가까운 곳에 FB라는 외국인 전용 병원, 아니면 시내에 있는 사이공 병원.
사이공 병원은 후지고, FB는 비싸다!!
당연히 사이공 병원 선택!
문제는 운전이다.
이곳 운전면허가 있기는 하지만, 푸미흥의 한적한 도로에서 운전한 경험만 있고,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생존투쟁의 장인 시내에는 들어가 볼 엄두도 못 냈는데...
그러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또 한밤중이니 그리 교통이 복잡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용감하게 차를 몰고 나섰다.
그리 어렵지 않게 오토바이와 충돌 직전까지 두 번 정도 간 이후 사이공 병원 응급실에 도착.
의사가 왜 왔냐고 묻는다.
"눈에 뭐가 들어간 거 같은데, 아무리 해도 안나와요. 아파요."
그런데, 이놈의 의사, 내 눈을 까 볼 생각도 안한다.
구석으로 가서 다른 의사와 중얼중얼 하더니...
"유 고 투 아이 호스피탈 인 디엔 비엔 푸 스트릿, 오케이?"
이러는거다.
아니 이런 응급상황에서, 지들도 종합병원이면서 왜 딴데로 가래는거야?
"걔네들 응급실은 있는거야? 거긴 또 어떻게 찾아가?"
"예스, 데이 해브. 고 디스웨이 댓웨이 턴 라이트 레프트.."
뭐, 의사가 못봐주겠다는데, 하릴없이 나와 다시 차를 몰고 디엔비엔푸 안과병원으로 향했다.
길을 잘 몰라서 일방통행 한 번 잘못 들어가고, 오토바이와 세 번 쯤 부딪칠뻔 한 것 이외에는 아무 탈 없이 도착했다.
그러나...
안과 병원에 응급실이 있을 리가... 모든 문은 잠겨 있었다.
속으로 온갖 욕을 그 의사넘에게 퍼 부으며 어쩔 수 없이 다시 푸미흥으로 돌아와 FB 병원으로 향했다.
시설 부터가 다르다.
들어가자마자 깨끗한 로비의 양복입은 직원이 나를 맞는다.
대략 증상을 반복해 설명했더니 응급실로 안내한다.
의사 두명이 들어오더니 다시 증상을 묻고....
침대에 눕히더니, 눈을 까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갑자기 맥박과 혈압을 잰다.
'이사람들아, 눈에 뭐가 들어갔다니까? 혈압은 왜 재'
그러더니 의사 하는 말이...
"아이 캔 낫 파인드 애니띵. 투마로우 컴백 어겐 투 씨 아이 스페셜리스트."
..................
혈압은 왜 잰거냐..ㅡ,,ㅡ;;
그러더니 대기실에서 30분쯤 기다리게 하고, 조그만 약병에 물약 하나 주더니,
50만동 넘는 돈을 청구하는거다.
도둑넘들...ㅠ.ㅠ
결국 집에 돌아와 안약 넣고, 고통속에 책 좀 보다가............................... 잠들었다.
이렇게 잘 수 있을줄 알았으면 왜 병원에 간거지?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히 조금 증상이 호전됐지만, 그래도 병원에 다시 가기는 해야할 것 같다.
결론은..
호치민에는 두 종류의 병원이 있다. - 로컬 병원과 외국계 병원.
다른 말로 하면,
게으른 놈과, 도둑놈.





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ㅋㅋ 마지막 멘트가 정리를 싹 해주네요. 부패 정도에 따른 동남아 국가들의 발전 성향이란 보고서를 예전에 본 적이 있는데, 그래도 베트남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부패정도가 덜 하지 않나요?
부패는 뭐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지만, 베트남은 "정말 썩었다.." 이런 느낌은 안 주는 곳입니다. 그리고 병원의 경우 게으른 것 반, 자기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 반 그렇죠 뭐... 베트남 사람들은 책임진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신중합니다.
엇! 저도 중국에서 감기가 걸려서 외국인 병원에 갔었는데 시설은 정말 좋더라고요! ㅠㅠ 병원비가 너무 비싼게 문제였죠. 지금 계산해보니 주사맞고 약 받았는데 4-5만원 정도 낸 거 같네요. 다행히 여행자 보험을 들어놔서 돈은 받았지만 말이지요.
잘 하셨네요..^^ 저도 이참에 보험이나 하나 들어놓으려고 합니다. 일년에 백불 정도만 내면 의료의 경우 약 5000불까지 커버되는 보험이 있더라구요..이젠 나이도 있으니..에혀..ㅎㅎ
저는 베트남 호치민에 거주하는 학생이에요. 댕기열 걸려서 입원 해야 됬는데,하루 입원비가..;; FV무 비싸서 일반 베트남 종합병원에 갔어요.. 거기도 나름 외국인 병동이 따로 있다 그래서 갔는데 얼마나 후지던지.... 무튼 고생 하셧어요~
그런데 문제는 한국 의원이 FV보다 거의 두배 이상 비싸다는 겁니다. 한국 병원은 무서워요.. 호치민 거주하신다니 반갑네요.. 어쩌면 길가다 마주쳤을수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