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승부조작 이후, 무엇을 해야 하나?
ISSUE소문만 무성했던 e스포츠 승부조작은 사실로 밝혀졌고, 그래도 설마 했던 4대 본좌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팬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이번 사건에서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조직폭력배 한 명이 지명 수배 중이어서, 이 사람이 잡히게 되면 어떠한 사실이 밝혀질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검찰 수사 발표가 전부가 될 것이다. 검찰도 더 이상 수사에 대한 의지를 갖기 힘들고(이미 불법 배팅 사이트가 모두 폐쇄됐고, 계좌 추적이나 공소 시효 때문에 추가 수사에 대한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팬들의 각종 의혹은 갈수록 쌓이고만 있다.
필자 또한 언제부터 이런 승부조작이 있었는지 궁금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는 결국 2009년 9월을 최초의 사건으로 잡고 말았다. 그 이전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승부조작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많은 팬들이 갖고 있는 ‘3.3 혁명’에 대한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일 뿐이고, 어떠한 사실도 밝혀진 것이 없고, 밝혀질 가능성도 없다.
또 하나의 의혹은 과연 승부조작에 참여하거나, 리플레이를 빼 돌린 게이머가 이번 검찰에 발표한 11명 뿐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게이머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있지만 이 또한 명확하게 밝혀지거나 추가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못된다. 왜냐하면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배팅 사이트가 모두 폐쇄됐고, 명확한 물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수사에도 계좌 추적과 연루자들의 자백이 있었기에 수사가 쉽게(?) 마무리 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어찌됐든 이제 고름은 터졌고, 다시 곪지 않기 위해 이 판의 관계자와 팬은 건강한 e스포츠 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팬들의 실망은 실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보다 발전적인 팬 문화를 형성하고, 관계자는 이런 팬들의 모습에 답할 수 있는 각종 제도나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쉬쉬하며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을 이 판의 관계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판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두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1. 미성년자 프로게이머 자격 금지
프로 스포츠라는 종목에서 미성년자가 프로 자격을 갖는 것은 e스포츠 뿐이다. 야구,축구, 농구 등 대부분 프로 스포츠는 최소한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이 되었을 때 자격이 주어지고, 해당 프로팀에서 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 이는 학교에서 최소한의 인성 교육을 받아야 하고, 향후 프로가 가져야 할 인격의 기본이 됨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판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래도 어린 선수가 더 좋은 실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기에 중학생 시절부터 선수를 몰색한다. 자질이 보인다 싶으면 바로 해당팀 연습생 내지 준프로게이머로 영입한 후, 그 후부터는 연습만하는 기계가 되는 것이다. 성인이 하기도 힘든 생활을 인격적으로 아직 형성되지 못한 중학생 시절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은 사실 해당팀의 욕심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실력은 괜찮고 연봉은 적게 줄 수 있는 환경이기에 갈수록 어린 선수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 이야기를 뒤짚어서 말하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보통 22살 이후) 흔히 말하는 ‘머리가 커지기 시작’ 하는 시기에는 높은 연봉을 줘야 하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시기가 되면 선수들의 실력이 점점 하락한다는 점이다.
팀의 입장에서 실력은 하향세이고(하향세 일 가능성이 크고), 이미 이름은 알려졌고 이에 따라 연봉은 더 줘야 하기에 해당 선수에 대한 시각이 안 좋게 변하는 것이다. 작은 연봉으로도 얼마 든지 팀을 위해 승리를 챙겨 줄 수 있는 어린 선수가 많기 때문에 머리가 커진 선수를 데리고 있을 필요가 작아지는 것이다. 결국 팀을 위해 어릴 때 부터 인격 완성이 되기 전에 온 몸을 받쳤던 프로게이머는 이제 좀 대우를 받으려고 하면, 이미 실력은 하향세로 향하고, 팀의 눈치를 받기 시작한다. 이 시기가 22살 내지 23살 이후라는 점은 긴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안타까워 보인다. (물론 이 나이에도 좋은 실력으로 팀에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선수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성년자 프로게이머는 결국 대우를 받아야 할 선수를 토사구팽하는 꼴을 만들어 주고, 이런 악순환은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최소한 미성년자에게 프로게이머 자격을 주는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 이에 맞물려 형식적인 소양 교육이 아닌 실질적인 소양 교육이 필요한데,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곳이 학교 말고 또 어디가 있겟는가?
2. 선수협 출범
아마도 이미 있는 것으로 알지만 유명무실한 조직일 뿐이다. 이제는 선수협에 많은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 같다. 코칭 스텝과 선수의 관계는 필자의 눈에는 거부할 수 없는 수직구조로 비춰진다. 물론 어려웠던 시절 힘겹게 이 판을 위해 열정 하나로 버티고 버텨 지금의 이 판을 만들어 낸 많은 감독과 관계자들의 노고를 잊는 바는 아니지만, 선수들의 원활한 생활과 팀 내 시스템 컨트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선수협은 필요하다.
승부조작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선수들의 소양의식이 약해서다. 앞서 말한데로 인격이 제대로 완성되기 이 전 냉철한 프로 세계에 내 던져진 그들에게 물질의 세계를 어린 나이에 인식하게 만들어버렸고, 이를 적절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 판은 제공하지 못했다. 1세대 프로게이머들이 속속 군 생활을 마치고 현역에 복귀하여 어린 후배들을 이 끌 수 있는 시스템 역시 부재하여, 선수생활이 짧은 이 판에 팀내 선수들의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 질 수 밖에 없다.
선수협을 통해 선수들 간의 시스템적 인격 소양과 1세대 선수들간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준다면 부족했던 인격 수양에 약간이나마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선수들 의견과 권리를 챙겨야만 기존 코칭 스텝과의 계급적 수직 구조를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누누히 말하는 이 판에서는 ‘한 번 찍히면 끝’ 인 경우가 많거나 토사구팽 당할 확률이 많기에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선수협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p.s.
① 이제 각종 음모론은 자제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자백을 위주로 수사를 해야 하기에 더 이상의 진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배 중인 조폭이 잡히면 혹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② 혹시 이 판의 관계자 중 이번 승부조작에 관여한 선수 이외에 또 다른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숨기지 말았으면 한다. 이 세상에 비밀은 절대 없다. 언젠가 밝혀질 것이기에, 이번 사태에 맞춰 모든 것을 드러냈으면 한다.
③ 협회, 팀 코칭스텝, 프런트, 미디어...이번 사태에도 침묵만 하면 다 인줄 아는가?





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법복을 입고 있지 않다면 e스포츠를 좋아하는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물론 승부조작이란 게 있지만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의문”
“한꺼번에 승부조작을 여러 개 내는 것은 어떠냐”
무죄입니다.
그런데 e스포츠는 MBC와 무슨 관계인가요? 심심찮게 MBC가 보이던데...
MBC게임이라는 게임 전문 캐이블 방송사가 있습니다. 또한 MBC히어로즈라는 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흔히 e스포츠 양대 개인리그라고 하면 온게임넷이 주관하는 스타리그와 MBC게임이 주관하는 MSL이 있습니다. 그런데 큰따옴표에 있는 말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못된 짓은 찾아가며...
솔직히 e스포츠는 스타말고는 별로 볼게 없는데...
정말 아쉽네요.... 그래도 잘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과연 스타2에서는 어떤 프로게이머가 우릴 즐겁게 해줄지 기대가 됩니다.
유혹에 넘어갔군요...
진정한 문제는 돈많고 힘많은 아저씨들인가요...
스타가 앞으로 얼마나 갈까요? 진지하게 물어봅니다
토요일에 있었던 스타리그 결승전을 보니 아직 희망은 있어 보입니다만, 온게임넷의 실수는 치명적이었다고 봅니다. 거기에 실제 결승전 관람을 위해 찾아온 수 많은 팬들에게 보여준 행태는 정말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사고 안 난 것이 천만 다행일 정도였으니까요.